원신: 여행기 - 몬드성: 하르파스툼 축제 기록

하르파스툼 축제 기록

 우리 같이 자유의 영혼을 지닌 시인들에게 목적지는 중요한 게 아냐. 우린 여행 과정을 즐기는 거지. 하지만 몬드 때문에 지난 십여 년 동안 지켜왔던 좌우명을 어긴 적이 있어.

 몬드성에서 머무른 지도 벌써 10일째야. 이건 내 여행 계획을 완전히 어긴 거지(원래는 이틀 전에 다음 목적지로 향하려고 계획했었어)

 이 도시 국가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시인인 사랑꾼 알렌의 시가집 작품처럼 달콤한 비밀이 구석구석 숨겨져 있어서 이를 찾아보고 싶게 만든 것도 계획을 어긴 이유긴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운 좋게도 1년에 1번뿐인 하르파스툼 축제가 딱 열렸기 때문이야. 이런 기횔 내가 어떻게 보고만 있겠어?

 예전에 어떤 술에 취한 몬드의 상인한테 들었는데 몬드가 조그마한 마을일 때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가 자유를 상징하는 깃털을 이 대지에 내렸고 깃털이 떨어진 자리에 몬드성이 건설됐다고 해. 그 이후로 몬드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쯤 바람의 신이 내린 축복을 기념하다가 그게 점차 '하르파스툼 축제'라는 걸로 바뀌게 됐데. 15일 동안 지속되는 연회와 맛있는 술, 노래와 악장, 꽃과 축제로 도시 전체가 자유로운 분위기에 흠뻑 빠져있어.

 내가 몬드에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은 이미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어.

 술집과 식당 입구에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을 진열하고 다운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맥주와 와인이 담긴 오크통을 산처럼 쌓아뒀어(몬드의 주조 실력은 티바트 제일이야, 거짓말 아냐). 그리고 치즈와 각종 바비큐, 과일도 가득했어. 군침 도는 냄새가 바람의 신이 불어다 주는 바람을 타고 도시 전체에 흩날리며 온 거리가 행복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어. 주민들은 문 앞에 바람의 신의 가호를 상징하는 하르파스툼을 걸어두고 각지에서 온 시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받은 영감을 노래로 분출했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축제는 그저 즐거움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세세한 걸 따지는 시인들에게 몬드성의 하르파스툼 축제는 이 신비한 대륙에 있는 다양한 축제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어. 나 같은 외지 사람도 이런 즐거운 축제 속에서 이곳 특유의 정신적 독립과 자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티바트 대륙의 대다수 지역과 비교할 때 몬드의 민심은 아주 자유롭다고 할 수 있어. 게다가 하르파스툼 축제는 밤을 새우며 내뿜는 광란과 열정이 이런 자유로움을 유감없이 나타낸다고 할 수 있지.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비행 시합을 개최했어. 난 성당 광장에 모여 환호하고 있는 군중 속에 함께 있다가 몬드에 도착한 첫날 나에게 길을 안내해준 아가씨를 발견했지.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이 비행 챔피언이라고 했지만 난 그냥 외지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의심했었지. 하지만 그녀가 바람을 타고 나르는 자태가 마치 불꽃이 하늘을 가르는 것처럼 푸른 하늘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걸 본 순간 바르바토스가 부여한 자유와 용기의 힘, 활기찬 생명력과 타오르는 의지는 확실히 몬드 사람들의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바람의 신에게 첫인상만으로 그의 가호를 받는 백성을 의심했다는 것에 대해 사죄해야 할 것 같아. 난 시합이 끝나고 내 부끄러운 사과와 축복을 받길 바라며 붉은 소녀를 위한 노래 가사를 광장에서 제일 잘 보이는 풍경에다 몰래 걸어놨어.  명실 상부한 비행 챔피언이 나의 사과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깊은 밤 여관 밖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가득하고 창밖 너머로 오색찬란한 불빛을 볼 수 있었어. 내가 더 이상 여행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늙으면 몬드 외곽의 햇볕 잘 드는 곳에 집 한 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만약 누가 천사의 몫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를 가지고 방문을 두드린다면 열정적인 노래로 환영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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