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월의 대부분의 사람은 「옥경대」 생활을 동경하지만, 옥경대의 운행 규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리월 칠성」이 걸출한 인재들이라는 것과 그들이 도시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모든 결정 뒤의 데이터와 수치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매년 새로 공포되는 조항들이 시장에 새로운 변수를 가져온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복잡한 회의 내용에서 정리되어 유려한 문장으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다.
「월해정」 비서인 감우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일을 맡고 있다.
그들이 설령 감우의 지위를 알게 되더라도 「월해정」의 비서와 동틀 녘 부두에 서서 조용히 아침 식사를 즐기는 소녀를 함께 떠올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해가 뜨기 전에 반드시 옥경대의 월해정으로 돌아가 「계약」을 계속한다.
——그것은 3000년 전 그녀가 「암왕제군」과 체결한 계약이다.
2. 스토리
2.1. 캐릭터 스토리 1
감우는 칠성 중 어느 한 명의 비서가 아니라 「리월 칠성」 전체의 비서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외면 아래엔 반석과 같은 끈기가 있다. 선인을 통솔하던 암왕제군은 그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감우는 아주 오래전 「리월 칠성」이 리월에 나타났을 때부터 그들의 비서였다.
이후 여러 해 동안 리월 칠성은 계속 바뀌었지만, 감우는 언제나 그들 곁을 지켰다.
이는 즉, 그동안 산더미처럼 쌓인 각 부서의 각종 업무가 모두 그녀에게 쏟아졌단 말과 같다.
하지만 7배, 100배, 1,000배의 업무량이 쏟아지는데도, 그녀의 책임감은 처음과 같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그녀의 원동력이 대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질문과 그다지 부합하지 않았다.
「제가 한 일은 제군께서 하신 일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해요」
2.2. 캐릭터 스토리 2
「제 일은, 리월의 수많은 생명을 위해 최대의 행복을 제공하는 거예요.」 감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주 신뢰할 수 있는 비서다.
이 엄청난 업무량을 그녀보다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게다가 그녀는 리월의 모든 것에 대해 그녀만의 날카로운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감우의 신뢰도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만 유지된다.
그녀는 중요한 일이면 일일수록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더 긴장하게 되고, 엄청난 심리적 압박 속에서 서두르다가 실수를 하곤 한다.
예를 들어, 「칠성 청신의례」는 리월의 가장 중요한 의식 중 하나인데, 감우는 한번 이 의식에 3분이나 지각한 적이 있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겨우 인파를 뚫고 참석할 수 있었다.
감우는 얼굴을 붉히고 우물쭈물하며 이유를 말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속으로 「암왕제군」에게 수천 번 사과했다. 감우와 늘 함께 지내온 동료들은 이번 실수에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제군이 아무 말씀 없는 걸 보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그녀를 걱정하며 업무량을 조절해야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단기 휴가라도 가져야 하는 건 아닌지 물었다.
하지만 감우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작년 의례 때랑 다른 옷차림을 하려면 올해엔 뭘 입는 게 좋을까? 이것 때문에 2시간을 날려 버렸어...」
이런 이유를 감우는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2.3. 캐릭터 스토리 3
천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적화주에 만개한 유리백합이 홍수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고, 귀리 평원의 북적이던 마을이 전쟁 후 허물어진 폐허로 남게 될 만큼 긴 시간이다.
천년은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감우에게 있어선 눈 깜짝할 새에 불과하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동안, 감우는 줄곧 옥경대에 앉아 여러 일을 처리했다.
직접 누각 한 채 한 채의 완공을 기록했고, 모든 산업의 번영을 목격했다. 감우에게 시간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표는 백지에 적힌 점점 늘어나는 방대한 숫자와, 내용을 구분하기 위해서 더 많은 색을 써야만 하는 표였다.
시간은 감우의 마음을 거의 바꾸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은 계속해서 「인간」과 「신수」 사이를 갈등했다. 한편으로 기린인 그녀는 인간 세상의 수많은 분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몸속에 흐르는 인간의 피가 계속해서 그녀에게 인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속삭였다.
2.4. 캐릭터 스토리 4
감우는 업무 범위를 벗어나면 남들과 본성적으로 다른 점을 쉽게 드러낸다.
그녀는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 몸속에 아주 정교한 시계라도 장착된 듯 점심시간이 되면 상황과 장소에 상관없이 몸을 웅크리기만 하면 바로 잠에 빠진다. 츄츄족이 그녀 옆에 모여서 시끄럽게 춤을 춰도 그녀는 절대 깨어나지 않는다.
처음에 이런 습관은 「리월 칠성」사이에서만 떠도는 우스갯소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날, 「천선성」을 모시고 밖에서 점심을 먹으러 간 감우는 밥을 배불리 먹고는 길가의 건초 더미에 들어가더니 이내 잠들어버렸다. 건초더미가 적화주로 옮겨지고 화물차의 짐을 내릴 때가 되어서야 감우는 머리를 땅에 부딪혀 깨어났다.
이 왕복 3시간 동안 어디에서도 감우를 찾을 수 없었던 「천선성」은 감우가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났을 리 없다는 걸 알았기에 하마터면 실종 신고를 할 뻔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감우는 「앞으로는 안전한 곳에서만 낮잠을 자야 한다」라는 경고에 조금 억울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리월은 어느 곳이든... 안전하지 않나요?」
감우가 이런 행동을 한 원인은 아마 신수의 피가 섞여 사물에 대한 인지가 인간과는 많이 달라서 일지도 모른다.
2.5. 캐릭터 스토리 5
리월항에서 감우가 신수 「기린」의 혈통이라는 사실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비운 언덕을 지날 때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긴 머리칼 사이로 튀어나온 게 뭐냐고 물으면, 그녀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머리 장식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만약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나와 더 멀어질 거야···.」
사실 사람들과 가깝게 지낸 적은 없지만, 감우에게 있어 멀어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더 큰 이유는 사람들에게 「이건 기린의 뿔이에요」라고 알려주면, 분명 호기심에 뿔을 만지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뿔이라는 건 심리적으로든 생리적으로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다.
이 외에도 감우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체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린 일족은 엄격한 채식주의지만 리월 요리는 천하의 미식이 집대성된지라, 설령 채식 요리라도 식욕을 억제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감우는 자신의 체중과 체형을 매우 신경 쓴다.
자기도 모르게 맛있는 음식에 홀려버려도 먹는 양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은——감우에게 있어 드래곤 스파인에서 화염꽃을 발견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하지만 감우는 결코 도중에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수천 년 전 마신 전쟁에서 공처럼 뚱뚱한 몸으로 괴수의 식도를 막아버려 상대를 가볍게 진압한 적이 있다.
감우는 이런 웃픈 과거를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마음먹었다.
2.6. 옥경대 식물지
옥경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형태와 특징, 습성을 기록한 책자. 수려한 글씨는 감우 본인이 직접 쓴 것이다.
분류가 명확하고 내용이 간결하고 상세하며, 심지어 유리백합을 키울 때 주의할 점이나 예상꽃의 접목 방법 같은 시중에서 보기 힘든 까다로운 내용까지 정리되어 있다. 그 가독성과 전문성은 정식 간행물로 낸다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위에 말한 것들은 책자를 앞에서 뒤로 읽어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상이다. 그러나 만약 뒤에서부터 앞으로 본다면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다.
책자의 마지막 몇 페이지에는 엄청난 양의 지우고 고친 흔적이 까맣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세히 읽다 보면, 원래는 각종 채소의 재배 방법이 적혀 있었다는 것을 겨우 알아볼 수 있다.
「만약 직접 채소를 가꾸면 분명 식욕을 조절하기 더 힘들어질 거야.」 감우는 주먹을 꽉 쥐고 애써 참으며 힘들게 얻어 낸 성과를 전부 지워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칼로리 섭취가 부족해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꽃에 물을 주러 간 감우는 예상꽃 더미에 머리를 처박곤 '이건 달콤달콤꽃이야'라는 상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어느새 낮잠에 빠진 그녀는 산이 온통 달콤달콤꽃으로 가득해진 꿈을 꿨다.
2.7. 신의 눈
기린은 신수 중에서도 가장 자애롭고, 반드시 이슬만 마시고 잘 익은 벼만 먹는다.
살아있는 벌레를 밟지 않고 풀을 꺾지 않으며, 무리 짓지 않고 여행을 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계략에 빠지지 않으며, 차분하고 질서 있는 아주 온화하고 우아한 일족이다.
그러나 바다의 괴수가 날뛰고 발밑의 대지가 위기에 처하자 삶 속에서 평화는 사라졌다.
감우는 3천 년 전, 바위 신 모락스의 부름에 응해 마신 전쟁에서 그의 조력자가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녀는 리월에 남아 사람들이 더 완벽한 도시를 건설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감우는 의연하게 초대 리월 칠성을 보좌하는 일을 맡아 그들의 비서가 되었다.
그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순간, 허리춤에 「신의 눈」이 나타났고 그녀는 육체를 초월하는, 세계와 공명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 순간 감우의 마음속은 잔잔한 안정감으로 가득해졌다.
아무리 강해진다 하더라도 「신의 눈」의 힘을 이용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녀에게 있어 「신의 눈」은 리월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신수와 인간의 피가 섞인 그녀는 두 종족을 잇는 다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신의 눈」은 그녀의 새로운 책임에 대한 새로운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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