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풍성한 토핑을 잔뜩 얹고 기다란 소매를 흔들며 카메라 앞에 선 파르페맛 쿠키. 오늘은 따듯한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봄날이면 빠질 수 없는 야외 라이브 방송 날!
"봄에 어울리는 곡들을 준비해봤어요!"
쉬어가는 느낌으로 중간에 신청곡도 받을 예정입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간단한 일사를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목을 푸는 파르페맛 쿠키 주변에 하나 둘 쿠키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르페TV의 시청자 수도 점점 불어난 것은 당연한 수준.
"다음 곡은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받은 '토핑은 필요 없어'입니다!"
쏴아아- 바람을 따라 떨어지는 꽃잎과 노랫소리가 어우러진 이 풍경은 그야말로 봄 그 자체! 한 곡, 두 곡, 꽃잎 휘날리는 꽃나무들을 배경으로 노래를 이어가는 파르페맛 쿠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사건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가장 먼저 이상함을 알아챈 것은 바로 파르페TV 시청자들.
'파르페맛쿠키머리위토핑이되고싶다: 연출 최고다'
'Jinzzafancookie: 뒤에 저거 폭죽인가요?'
우르르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노래 중인 파르페맛 쿠키가 알아챌 수 있을 리 없다! 파르페맛 쿠키가 살짝 고개만 돌려보았어도 자신 뒤쪽의 꽃나무에서 펑펑 터지는 체리 폭탄을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노래하는 가수가 눈앞의 관객을 두고 뒤 돌 수야 없는 법! 펑펑 터지는 소리는 바로 옆에서 울리는 커다란 음악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라이브 현장에 있던 쿠키들조차 파르페맛 쿠키가 곡 하나를 완창 할 때까지 아무런 내색이 없자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눈치였다.
기타를 칠 때마다 꽃잎이 손에 걸릴 만큼 자주 꽃잎이 떨어지는 게 이상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잔뜩 몰입한 파르페맛 쿠키를 멈출 수는 없지!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눈을 감고 열창하는 그 순간,
퍼엉-! 체리 폭탄이 활짝 피어난 꽃처럼 커다랗게 터지고 그 충격에 꽃잎이 꼭 비처럼 파르페맛 쿠키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젤리보다파르페: 우리 애(?)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완전 천재야'
감탄하는 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래가 끝나고, 숨을 고르는 파르페맛 쿠키. 이 우연이 만든 상황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하고 숨 죽이던 그 순간, 하늘 높이 여러 개의 체리 폭탄이 던져졌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하늘 높이 던져진 체리 폭탄 중 하나가 파르페맛 쿠키를 향하는 게 아닌가?!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시청자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관객들까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파르페맛 쿠키를 부르던 그때.
"하앗-!"
뒤쪽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온 라즈베리맛 쿠키가 검을 휘둘렀다.
퍼엉-! 그 재빠른 검격에 체리 폭탄은 파르페맛 쿠키에게 닿기 전에 정확히 반쪽이 되어 작게 터져버렸다.
"위험하니까 이쪽으로는 던지지 말라고 했잖아?"
""미안~!! 손이 미끄러져버렸네!"
대체 무슨 일이지? 돌아보면 체리맛 쿠키, 벚꽃맛 쿠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는 게 아닌가? 라즈베리맛 쿠키[12]까지 다 함께 피크닉을 즐기고 있던 게 틀림없었다.
"멋진 음악과 꽃잎, 그리고 불꽃놀이까지~ 피크닉에 어울리는 것들이 가득해~!"
"노래 더 해줘~!! 내가 또 펑! 펑! 예쁘게 터트려줄게~!"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파르페맛 쿠키와 관객들. 가장 놀란 것은 당연히 자신 뒤에서 푹죽이 터지는 줄도 몰랐던 파르페맛 쿠키였다. 모처럼의 방송인데 이런 일이?! 그러나 당황하는 것도 잠시, 오히려 기회가 아닐까? 여러 번의 라이브 경험으로 쌓인 파르페맛 쿠키의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즐겨야 할 때라고!
"전 괜찮아요 여러분~! 멋지게 터지는 폭죽은 모두 잘 즐기셨나요? 이쯤에서 신청곡을 받겠습니다! 뭐든지 요청해주세요~!"
'사랑아페페해: 페페야 네가 내 봄이다 배경이랑 너무 어울려'
'우리의보물페페:너무 멋있어 세계가 페페를 응원해'
언제나처럼 상큼한 미소와 함께 이어지는 길거리 라이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노래에 열중하는 파르페맛 쿠키를 보며 현장의 관객들은 공기 중 옅게 남은 체리 향기마저 잊어버리고 무대에 빠져들었다. 자연스럽게 펑! 펑! 폭죽처럼 터지는 체리 폭탄과 흔들리며 꽃잎을 쏟아내는 꽃나무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파르페맛 쿠키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다시없을 전설의 장면이라며 회자되고 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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