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을 듬뿍 담은 분홍빛 벚꽃잎이 살랑살랑 휘날리는 어느 날,
꽃놀이를 즐기는 쿠키들 옆에서 달토끼맛 쿠키는 콧노래를 부르며 떡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도 달콤한 꽃잎을 넣어서! 방아 한 번에 꽃꿀떡 하나, 방아 두 번에 꽃꿀떡 둘! 어느새 꿀떡으로 산이 높게높게 쌓이고 있었다.
"마이 만드어따~ 이거 다 내아 머글거야! 얌냠냠!"
동글동글 탐스러운 꿀떡 사이에 둘러싸인 달토끼맛 쿠키가 신이나서 떡을 입에 넣으려던 그 때, 구미호맛 쿠키가 인사를 건넸다.
"그거 떡이니~?"
"응! 내가 만드어써!"
"나도 떡을 좋아하거든~ 송편은 많이 먹어봤는데 그 떡은 어때? 맛있니?"
"지쨔지쨔 마이써! 꼬도 들어가써."
"그럼 나도 하나 줘볼래?"
처음에 달토끼맛 쿠키는 이 떡은 다 내거야!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구미호맛 쿠키의 은근하고 치명적인 눈빛에 왠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 그애. 나너주께."
"어머~ 고마워! 이거 정말 쫀득하다~ 잘 만들었네?"
웃으며 떡을 먹는 구미호맛 쿠키의 모습에 달토끼맛 쿠키가 역시 나눠먹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할 즈음, 흑당맛 쿠키가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흑당맛 쿠키~ 이 떡 먹어볼래? 너도 떡 좋아하잖아~"
"떡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소만..."
"그래? 하지만 흑당버블티에 떡 같은 게 들어가 있는 거 아니었어~?"
"그건 떡이 아니오! 나무의 뿌리를 갈아서 낸 고운 가루를 뭉쳐 만든 것으로..."
"하지만 쫀득한 건 똑같잖아~ 괜히 따지지 말고 너도 먹어봐~!"
사실 흑당맛 쿠키는 왕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높은 망루를 향해 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구미호맛 쿠키의 은근하고 치명적인 눈빛을 보니... 역시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럼... 하나만 먹어보겠소."
"어때? 마이써?"
"맛이... 꽤 좋군요! 자꾸 입으로 가져가게 되는 걸 참을 수 없소...!"
셋이서 맛있게 떡을 나눠먹고 있을 때 뒤에 있는 수풀에서 한 쿠키가 쏙 고개를 내밀었다. 왠지 지쳐 보이는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의 주인공은 바로 다크카카오 왕국에서 도망쳤던 아포가토맛 쿠키였다!
"네 이놈...!!"
"쳇! 어디서 달콤한 향이 나서 와봤더니만 내가 또 불청객이 되어버리고 만 건가?"
"전하와 왕국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마침 잘 되었구나! 이 자리에서 네놈을 처단하고 전하께 당장 보고드리겠다!"
"나라고 그냥 당하고 있을 줄 아시오?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두 쿠키의 팽팽한 신경전! 나라를 배신한 자와 나라에 충성하는 자가 만났으니 얌전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기합 소리가 나고 흙먼지가 날리고 주변이 난장판이 되었지만 달토끼맛 쿠키와 구미호맛 쿠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떡을 오물오물 먹었다.
"참~ 이렇게 날씨 좋은 봄날에 꼭 둘이 싸워야 하는 거야~?"
"그어게! 우이는 나믄 떠이나 먹쨔!"
챙챙 부딪히는 무기 소리와 팽팽 당겨지는 활 소리, 그리고 펑펑 터지는 주문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더 커지는 싸움에 지나가던 쿠키들까지 기웃거리며 구경할 정도였다. 말랑거리는 떡을 평화롭게 씹던 달토끼맛 쿠키가 떡 하나를 더 집기 위해 손을 뻗는 찰나, 아포가토맛 쿠키가 흑당맛 쿠키의 공격을 피하려다가 그만 떡을 밟아버리고 말았다!
"떠글... 발바써...?"
"달토끼맛 쿠키! 왜 그래?"
"떠글... 머글 거을... 함부오 발찌마!!!!!"
그리고는 거대한 떡토끼로 펑 하고 변해버린 달토끼맛 쿠키! 훗날 근처를 지나가던 모 쿠키의 증언에 따르면 올려다봐도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까마득하게 커다랬고 빨갛게 빛나는 눈이 어둠마녀 쿠키보다 무시무시했다고 전해진다. 소중한 떡이 밟혀 화가나서 씩씩거리는 그 모습을 보고 흑당맛 쿠키와 아포가토맛 쿠키는 순식간에 얌전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이번 봄날의 정겨운 떡 잔치는 무사히 끝났다는 후문!
(참고로, 아포가토맛 쿠키는 떡을 두둑이 챙겨서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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