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의 탄생
태초의 세상은 혼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질서의 세계에 질서가 생겨나면서 혼돈의 세계는 붕괴를 일으켜 두 개로 갈라졌다. 질서의 신 루페온은 불완전함 속에 자리잡은 자신의 세계에 여러 가지 규칙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루페온은 대우주 오르페우스를 창조하고 공간을 메울 별을 만든 뒤, 절대 꺼지지 않을 태초의 빛 아크를 이용해 태양을 띄웠다. 그러나 무한한 태양과는 달리 별은 유한하여 생성되고 소멸되길 반복했다. 질서는 생명을 창조하였으나 죽음이란 그림자 또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불완전한 질서의 세계를 관망하던 혼돈의 신 이그하람은 무한한 생명을 가진 아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소멸하지 않는 아크야말로 혼돈의 결정체라 생각했던 이그하람의 시선은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서서히 탐욕으로 변하게 되었다.
"태초의 세상은 혼돈이었다. 하지만 규칙이 만들어지면서,
혼돈이었던 세상은 질서의 세계와 무질서의 세계로 갈라진다."
한편, 질서의 신 루페온은 대우주 오르페우스에 별과 행성을 창조해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탄생과 죽음이 반복된 끝에 응축된 생명의 힘은 스스로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별 ‘아크라시아’를 탄생시켰다. 루페온은 대우주 오르페우스에서 유일하게 창조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별 아크라시아를 관리하기 위해 신을 만들었다. 루페온에 의해 탄생한 일곱 신들은 아크라시아에 수많은 생명의 원천을 흩뿌린 뒤, 태어난 생명들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었다. 이로 인해 대우주 오르페우스의 질서에 따라 아크라시아에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게 되었다.
"루페온은 아크의 에너지를 응축하여 아크라시아라는 별을 만들어낸다.
이후, 이 별에서부터 모든 생명의 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시기, 혼돈의 세계에도 하나의 질서가 만들어졌다. 질서의 세계에서 무한한 생명의 힘 아크가 탄생했던 것처럼, 혼돈의 세계에서도 질서를 가진 어둠의 생명이 탄생했다. 이 어둠의 생명은 혼돈의 신 이그하람의 의지와는 달리 스스로를 분열시켜 어둠의 생명을 창조했고, 어둠의 별 페트라니아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세계는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해 나갔다. 혼돈에서 탄생한 힘은 아크라시아의 응축된 힘, 아크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섞일 수 없었던 두 힘은 서서히 차원간의 균열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2. 일곱 신과 종족의 탄생
아크라시아가 태동한 초기,
최고신 루페온과 일곱 신들은 별에서 살아갈 여러 종족들을 만들어 내었다.
조화의 신 기에나가 생명의 원천인 바다를 창조한 이후, 하나의 대륙은 여러 개로 쪼개져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루페온은 각 대륙에 자리잡은 아크라시아의 종족들을 위해 아크의 힘을 나누어 주었고, 종족들은 빠르게 발전해 나갔다. 그러나 아크의 힘으로 인해 아크라시아의 종족들은 교만해졌으며, 타락하여 신의 질서에 대항하기에 이른다. 이에 분노한 루페온은 종족들로부터 아크를 빼앗아 일곱 개의 조각으로 분리해 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크의 힘을 받은 신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크라시아를 풍요의 시대로 이끌었다.
일곱 신들이 만들어낸 종족들
루페온의 명을 받은 일곱 신들은 아크라시아에 새로운 종족들을 창조해내었다. 명예의 신 프로키온은 루페온과 가장 닮아 있는 종족 라제니스를 탄생시켰고, 지혜의 신 크라테르는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종족 실린을 만들었다. 또한 생명의 신 알데바란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 가능한 정령들을, 대지의 신 아크투르스는 문명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우마르 종족과 거인족을 탄생시켰다. 불의 신 안타레스는 강력한 전투력과 지략을 지닌 할족을, 시리우스는 빙결의 종족 타베르를 만들었다. 조화의 신 기에나는 대지의 모든 생명들과 소통이 가능한 요즈족, 그리고 바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포시타족을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시리우스와 힘을 합쳐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힘을 가진 ‘인간’을 만들었다.
아크를 가진 일곱 신들은 아크라시아 대륙을 떠나 신계를 만들어 그들을 지켜보았다. 이후 그 어떤 종족도 신들의 권위에 대항하지 않았고, 다시 질서가 찾아온 아크라시아는 신들의 축복과 함께 더욱 더 풍요롭게 발전해 나갔다.
일곱 신들이 태초에 만들어낸 종족 중 라제니스, 할, 실린은 특히 많은 능력을 부여 받은 종족이었다. 이들 중 라제니스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관찰하며 다스리는 임무를 맡았다. 할은 지략과 전투 능력이 뛰어난 종족이었으며, 실린은 마법이라는 신비한 힘을 다룰 수 있는 지혜로운 종족이었다. 힘의 균형을 이룬 이 세 종족을 중심으로 아크라시아의 수많은 종족들은 함께 발전해 나갔다.
"초기의 종족들을 지배했던 것은 실린, 라제니스, 할이었다.
특히 라제니스 종족은 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었다."
하지만 힘의 균형은 할에 의해 곧 깨어져 버리고 말았다. 할이 불의 신 안타레스를 속여 아크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실린과 라제니스가 힘을 합쳐 할을 막아내려 했지만, 아크의 힘을 가진 할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라제니스 종족은, 신계로 숨어 들어가 프로키온의 아크를 훔쳐 할에 대항했다. 아크의 힘 덕분에 실린과 라제니스는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최고신 루페온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안타레스는 할에게 아크를 넘겨준 죄로 신계에서 추방되었고, 아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프로키온은 언어를 빼앗겼다. 전쟁의 원흉이었던 할은 신을 기만한 죄로 소멸의 형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프로키온의 아크를 훔친 라제니스 종족은 날개를 퇴화시켜 더 이상 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들이 사는 세계 밑에 '엘가시아'라는 대륙을 만들어, 천 년에 한 번 거대한 날개를 펼 수 있는 자가 나타나면 차원의 틈 '트리시온' 에서 아크라시아의 미래를 내다보도록 했다. 그것은 라제니스를 아꼈던 루페온의 신뢰이자 벌이었다.
"루페온의 벌을 받아 날개가 작아진 라제니스 종족은
하늘 위에 만들어진 공간의 틈 트리시온에서
세계를 관찰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전쟁 이후, 루페온은 아크라시아에 신들이 개입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게 위대했던 아크의 힘은 잊혀지는 듯 했다.
3. 최초의 전쟁, 그리고 가디언의 탄생
대륙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아크의 힘이 증폭되면서
그 동안 공명해 오던 두 세계의 힘이 어그러졌고, 차원에 거대한 균열이 발생했다.
오랜 시간 아크의 힘을 탐냈던 이그하람은 이 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페트라니아에서 자라난 어둠의 생명체, 그리고 ‘태초부터 존재한 자들’과 함께 질서의 세계 아크라시아를 침공했다. 신들과 아크라시아의 종족들은 이들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전쟁의 여파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들였다. 태초의 힘이 부딪히자 두 세계의 균열이 더욱 커지면서 대우주 오르페우스가 페트라니아를 집어 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세계가 무(無)로 돌아가며 혼돈마저 잠식하기 시작하자 이그하람은 전쟁을 중단했다. 균열을 막기 위해 아크라시아의 일곱 신들은 각자의 아크를 루페온에게 바쳤고, 루페온은 아크의 힘을 개방했다. 이 태초의 힘은 이그하람이 가진 혼돈과 결합하여 ‘가디언’을 만들어냈다.
빛과 혼돈의 힘이 결합되어 탄생한 가디언들은 빠르게 균열의 팽창을 막아 나갔다. 최초의 가디언인 ‘에버그레이스’는 자신의 힘을 나누어 더 많은 가디언들을 탄생시켰고, 가디언들의 힘을 결집시켜 균열을 닫는데 성공했다. 이 사건 이후, 이그하람의 군단은 혼돈의 세계로 돌아갔으며 임무를 다한 가디언들은 긴 잠에 들었다. 그렇게 차원간의 거대한 전쟁이 끝나 아크라시아의 여명은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되었다.
"최초의 가디언 '에버그레이스'는
아크의 빛과 혼돈의 어둠이 결합되어 절대적 힘을 지니고 탄생한 생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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